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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인터스텔라, 이퀼리브리엄, 사랑의 물리학(도깨비 인용시)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의 상대성 #1 - 물리학에서의 시간, 시간-감정 패러독스, 감정이 없는 시간

by Liberator₩ 2022. 5. 20.

인간에게 있어 시간이란 무엇일까? 시간은 진정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은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외부적 기계장치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정해놓은 시간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점이 생기는 원인을 찾아보고 시간에 관해 인간 본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기로 한다.

목차

-시간의 상대성(물리학에서의 시간)

-시간과 기억 (시간-감정 패러독스)

-감정 없는 시간

-시공간과 감정 그리고 기억의 연관성

-사랑

-결론

1. 물리학에서의 시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한 청년에게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이 어떤 예쁜 여자와 한 시간을 데이트한다면 그 시간은 1분처럼 느껴지겠죠. 하지만 만약 당신이 뜨거운 난로 위에 앉아 1분을 기다려야 한다면 그 시간은 1시간보다 길게 느껴질 겁니다. 그것이 바로 상대성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인류가 시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지대한 변화를 불러왔다. 그전까지 인류는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라 생각했고 별개의 개념이라 생각해왔다. 온 우주의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측정 개념이며 언제 어디서나 동일하게 측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하였다. 이 개념은 뉴턴역학으로 불리며 20세기 이전까지 세상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뉴턴역학은 현대물리학에서 많은 부분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것은 빛의 속도를 측정할 경우에 생긴다. 외부에는 힘이 작용하지 않는 이상 물체는 등속직선운동을 하게 된다는 뉴턴의 운동 제1 법칙, ‘관성의 법칙’과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초속 10만 km로 달려나가는 우주선에서 쏜빛은 빛의 원래 속도 30만 km를 더해 40만 km로 관측되어야 한다. 하지만 빛의 속도를 측정한 마이컬슨과 몰리의 실험에 따르면 관측자에 상관없이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고 입증되었다.

이러한 모순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버림으로써 해결해 내었다. 그는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는 상대성을 시간과 공간에 도입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공간과 시간은 같은 인자로 취급되어 공간이 수축할 때 시간은 팽창된다고 설명하였다. 1905년 발표된 특수상대성이론은 더욱 발전해 1916년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발표된다. 서로 등속으로 운동하는 관성계에서의 물리법칙을 다루었던 특수상대성이론에 반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은 가속도운동에 대해 탐구한다. 등속도 운동이라는 특수성에서 발전해 더 일반적인 적용을 위해 그는 중력의 개념을 재해석하여 적용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중력과 가속도는 본질에서 같은 것이다. 여기서 그 유명한 우주선 실험이 탄생한다. 우주선에 타서 가속을 통해 여행을 하는 사람의 시간과 지구 위에서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는 그의 주장은 몇십 년 뒤 제트기의 원자시계에 의해 입증되었다. 더 빠르게 운동을 하는 물체와 사람의 시간은 더욱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중력에 대한 상대성을 주장하고 중력을 시공간의 곡률로 기술하였다. 중력과 가속력은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강한 중력에 의해 시공간은 충분히 뒤틀릴 수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의 이론은 20세기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수없이 많은 영화와 예술에 영감을 주었다.

2. 시간-감정 패러독스

현실 세계에서 시간이 상대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은 20세기 물리학에서 입증이 되었다. 하지만 시공간의 왜곡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운동을 하거나 블랙홀에 근접한 중력의 힘이 있어야 현실에서 관측자들에게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하면서도 각자 느끼는 시간이 다르다고 말한다. 왜 그런 걸까?

프랑스 Poitiers 대학의 Sandrine Gil 과 Blaise Pascal 대학의 Sylvie Droid-Voles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시간을 대하는지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신경생리학자인 그들은 연구에 앞서 중요한 점을 말한다. 비록 사람은 5가지 감각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전-공간을 측정할 수 있을지라도 뇌는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안 일어났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6살을 기점으로 우리는 꽤 정확하게 시간의’ 길이 예상할 수 있다.

8살이 지나기 시작하면 인간은 놀랍도록 정교하게 시간을 셀 수 있는 능력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즉 처음 시작할 때의 자극과 마지막 멈춤 자극을 비교할 때의 시간을 비교적 정확히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뇌 속의 메커니즘이 똑딱거리는 스톱워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집중하며 시간을 셀 때, 내부적 시계(Internal Clock)로 셀 수 있는 상대적 시간은 꽤나 정확하게 객관적 시간(Objective clock)과 유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뇌 속의 스톱워치가 언제나 똑같은 속도로 작동되는 것일까? 예를 들어 몇몇 사람은 교통사고처럼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차량이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지가는 등 시간이 느리게 가는 걸 느껴본 적이 있다고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은 친구들과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 일을 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고 말한다. 특히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름다운 이성과 데이트를 할 때에는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고 한다. 우리 뇌 속의 스톱워치가 꾸준히 똑딱거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Droit 와 Gil은 정답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였다.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의 몇 장면을 발췌해서 피험자들에게 각자 상대적으로 상영시간을 측정케 한 것이다. 첫 번째 그룹은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를 틀어주었고 두 번째 그룹은 슬픔을 세 번째 그룹은 감정을 자제할 수 있는 평범한 영화를 보여주었다.

모든 시간을 측정하고 난 이후 결과를 비교해 보니 공포영화를 보고 난 이후 피험자들은 실제 상영시간보다 상대적으로 더 길게 영상 시간을 인지했다. 공포라는 감정이 피험자의 시간을 늘리게 가는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반면에 다른 두 그룹은 실제 상영시간보다 측정시간 대비 유의미한 시간 왜곡 편차를 보이지 않았다. 두 연구자는 이 현상에 대해 생리학적 관점으로 원인을 추측했다. 사람이 공포를 느끼거나 어떠한 상태가 공포를 불러일으킬 때 내부 시계가 빠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포를 느끼면 심장의 속도가 빨라지고 혈압이 증가하며 동공이 확장된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공포에 대해 도망가야 할지 싸워야 할지 준비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내부의 시계는 빨리 가고 상대적으로 외부의 상황이 빠르게 인지되는 것이다. 슬픈 감정이나 감정이 없을 때는 이러한 영향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부 시간(Objective Clock)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Gil과 Droit는 이러한 시간 팽창 효과(time dilation effect)가 다른 사람의 표정을 가까이서 쳐다볼 때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창피한 표정을 인지할 때 우리는 즉각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따라 하려고 한다. Droit-volet은 말한다, “이러한 반사작용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시간 진행 과정을 왜곡합니다. 그로 인해 예상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더 짧게 느껴지는 거죠”. 그녀는 이러한 시간 왜곡 상태가 내부 시계의 오작동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이러한 작동은 외부 사건의 자극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Droit 와 Gil은 말한다. “우리의 경험에 있어서 단일하고 균일적인 시간이란 건 없습니다. 대신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시간을 우리는 경험하죠. 실제 느껴지는 시간의 일시적인 왜곡은 쉽게 말해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 신체와 뇌의 반응에서 기인한 직접적인 변천인 것입니다”. 그들의 연구를 통해서 우리 내부의 시간 왜곡은 감정에서 기인한다는 것과 몇몇 특수한 감정은 인생 전반에 걸쳐 한 사람의 인지 시간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3. 감정이 없는 시간

지금까지는 모두 시간 자체에 대한 연구와 이론 그리고 어떻게 왜곡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바꾸어 감정이 없는 시간에 대해서 알아보자.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에서는 3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감정을 폭력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인류 전체의 감정을 없애는 약물인 프로지움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투여하여 유지되는 무감정한 미래 인간 사회를 그린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리브리아라는 하나의 초 정부에 의해 통일되고 살아간다. 감정이 없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는 약물뿐만이 아니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지 물품을 규정하고 처리한다. EC-10(Emotional Content)이라고 규정하는 이 물품들은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즉결 처분 대상이다. EC-10 에는 여러 가지 문학작품, 그림, 영화, 조형물, 음악 등이 있다. 이레귤러(Irregular)라 불리는, 감정을 잃는 걸 거부한 사람들은 약물복용을 거절하고 이러한 EC-10을 계속 소장함으로써 정부에 반기를 든다. 리브리아 정부는 이러한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치안부대를 조직해 발견 즉시 즉결 처분을 하기에 이른다.

이퀼리브리엄이 보여주는 사회상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안겨준다. 첫 번째로 리브리아의 사회에서 보여주는 사람들 간의 관계이다. 현대사회에서 보이는 개인 간의 흔한 싸움도 없고 그로 인한 사고 또한 없다. 개개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매일 소화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공동체라는 큰 그림으로 사회 전체를 보았을 때에는 이상적 사회로서 보인다.

두 번째는 EC-10을 모두 없애버림으로 인한 역사의 소멸이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고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모두 EC-10과 관련이 있다. 16세기의 모나리자, 고려 시대의 탱화, 빅토리아 시대풍의 거울, 바로크 시대의 음악, 현대미술과 음악 등 당시의 시대를 이해하고 역사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 사람들의 감정이 담긴 물품들이 필요하다. 리브리아의 사람들은, 전시대 사람들의 감정 때문에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고 살아갈 뿐 역사에 대해 무지하다.

세 번째, 감정 소요를 할 필요 없는 평화로운 사회에서, 역사를 배우고 써나가는 필요성조차 없어진다면 과연 시간이라는 요소는 인류에게 필요한 개념일까? 영화에서 비추어주는 사회상의 사람들은 모두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그들에게 있어 과거의 기억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매일의 삶 속에서 주어진 일들을 소화해 내고 하루 가지나 가면 일과를 평생 반복한다. 그들에게 있어 시간이란 단지 똑딱거림(Ticking)일 뿐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사회상에서 사람들은 감정 없이 시간을 세는 건 할 수 있을지라도 기억을 통해 잊히지 않도록 유지하고, 잊히지 않는 기억들을 유의미하게 삶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할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마침내 정부를 괴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감정 통제를 받고 있지 않던 반군과 몇몇 사람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주인공을 돕는다. 정체되어 있고 무감각한 도시의 하늘은 다시 밝아지기 시작하고 마찬가지로 정체되어 있던 삶을 살던 사람들은 삶의 역사를 다시 쓰여가기 시작한다. 영화 이퀼리브리엄만을 통해 인류에게 있어 시간과 감정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감정이 없는 인류 사회를 가정해 봄으로써 충분히 유의미한 추론해 볼 수 있었다. 감정 없이 시간을 세는 건 할 수 있을지라도, 그것을 유지하고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써, 즉 개인과 사회집단의 역사로 유의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감정 덕분이 아닐까?

-2부에서 계속-

 

참고

자료1

자료2

기사3

기사4

이미지

픽사베이

논문

Buhusi CV, & Meck WH (2005). What makes us tick? Functional and neural mechanisms of interval timing. Nature reviews. Neuroscience, 6 (10), 755-65

Droit-Volet S, Fayolle SL, & Gil S (2011). Emotion and time perception: effects of film-induced mood. Frontiers in integrative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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