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부터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개봉된 영화 중에 눈에 확 띄는 영화가 없어서 포스터의 주인공 남녀가 아름다운 '조제'를 선택해서 봤는데 나는 이영화에 대해서 아무런 배경도 없이 보게 됐다. 영화 관람 후 검색 결과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을 알게 됐다.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 생각해 보지만 원작 영화를 보고 난 후 2020년 '조제'를 봤으면 감상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극 중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도와주며 시작된다. 여주인공은 하반신을 못쓰는 장애가 있어 오로지 집에서만 생활 반경이 한정되는 반면 남주인공은 대학교에서 인기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여러 사람들과 교제한다. 집에서 하는 행동(책 읽기, 요리하기, 사색하기)만을 필두로 세계관이 형성된 여주인공과 대학교와 사회라는 현실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제하며 세계관이 형성된 남주인공은 처음 만남부터 수차례의 만남까지 각자의 세계관이 충돌한다. 남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이 이끌리는 데로 다가가려 하지만 여주인공 '조제'는 생애 처음 갖는 맹렬한 감정과 그로 인해 초래될 아픔을 예측하기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며 거부하려 한다. 다가올 아픔을 예측한 조제가 남주인공인 '영석'을 밀어낸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조제의 세계인 같은 공간(집)에서 만나게 된다. 조제는 다시 한번 영석을 밀어내려 하지만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고 결심한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눈이 천천히 흩날리며 소복이 쌓여가는 저녁, 조제의 집 앞에서 감정의 선율이 폭발하며 느껴지는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다. 영상미가 매우 아름답고 두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장면에 쉽게 몰입이 되었다. 영화 포스터에 적혀있는 '우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을 축약하면 아마 이 장면으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느끼는 아름다운 시간이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2020년영화 조제는 <호랑이와 물고기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는 않지만 영화 속에서 등장한다. 2020년 '조제'에서 표현했던 호랑이와 물고기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선 호랑이는 '조제'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라고 생각한다. '영식'과 함께 세상에 나서기 위해 평생 담벼락이 둘러진 '집'이라는 안정된 세계에서 가지고 있던 그 감정의 복합체를 이제 바깥세상과 교류해야만 한다.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영식'과 함께라는 설레는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며 자신의 세계를 둘러싼 '담벼락'을 통해 투영시킨 게 아닐까? 이를 '호랑이'라는 객체로 인식하는 조제와 이를 표현한 문학적 표현력에 감동했다.
두 번째 '물고기'는 극 중 가장 마지막 시간대에서 등장한다. 수족관에서 조제가 '영석'에게 건넨 말은 조제가 세상을 더 이상 '호랑이'로 바라보고 투영하는 것이 아닌 세상에 대한 소속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성장했다는 상징으로 보였다. 두 사람의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도 이제 조제는 세상에 상처 받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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